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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와 기업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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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소기업인증원 작성일 25-09-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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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마음을 비추듯....소통을 통해 기업철학을 공유하라


불교에서 중시되는 개념인 깨달음에 이르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선(禪)이다. 선은 언어를 부정하는 불립문자(不立文字)로부터 출발하고 자기 자신 속에서의 직관적 깨달음을 강조한다. 선사(禪師)들은 솟구치는 깨달음의 희열을, 그 깨달음의 섬세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시(詩)를 택했다. 선사들이 그들의 깨달음을 시를 통해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선시(禪詩)의 기원이다.

선시는 직관과 지혜가 농축된 동양문화권의 소중한 정신문화유산이며, 현대 기업인들에게도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만해 한용운이 쓴 아래의 선시를 보자. 영호 스님과 함께 유운 스님을 찾아갔다가 밤에 같이 오며 쓴 시다.

"둘이 보고 서로 마음이 맞아(相見甚相愛)

밤이 깊은 줄을 알지 못했네(無端到夜來)

한가로이 눈길 속에 주고받은 말(等閑雪裡語)

맑은 물이 마음을 비추는 것 같았지(如水照靈坮)"

많은 경영학자는 "훌륭한 회사와 평범한 회사를 구분 짓는 것은 기계나 공장, 조직구조 등이 아니라 기업문화다"라고 말한다. 전후 
독일의 성공적인 기업가인 라인홀트 뷔르트(W�jrth)는 "최신장비와 시설을 갖춘 환경에서 동기유발이 되지 못한 직원들이 일할 때보다, 비록 기계는 낡고 공장은 허름할지라도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때가 효과와 효율 면에서 훨씬 낫다"고 했다.

한용운의 시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할 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가를 극적으로 시사한다. 그렇다면 현대 기업문화의 핵심은 '소통을 통한 한마음 되기'여야 하지 않을까?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은 교세라가 1959년 출범 후 5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온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는 기업 철학이 있고 그것을 모든 사원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헤르만 지몬 교수는 독일이 자랑하는 1000여개의 히든챔피언을 특징짓는 첫 번째 기업문화로 "명확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운 다음 이것을 회사의 모든 구성원에게 정확히 알리고, 그 달성을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에 1871년 1월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프로이센의 수상 비스마르크(Bismarck)는 목표 관철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와 대립한 의회 정당은 물론 나중에는 정부 관료들과 대중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1888년 6월 그가 해임되고 특히 외무성 관리들은 결사적으로 그의 복귀를 저지했으며 비스마르크 외교 전략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 '러시아와의 재보장조약'을 황제로 하여금 파기하도록 한다.

이 조약의 파기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망을 초래한 매우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된다. 비스마르크 사례는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그것이 소통을 통한 한마음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직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나는 기업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말이 물과 같이 서로 마음에 비칩니다."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교수 조선일보 Weekly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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