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박선지 기자]
덕만(이요원 분)과 미실(고현정 분)이 백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놓고 불꽃 튀는 토론을 펼쳤다.
8월 31일 방송된 ‘선덕여왕’ 29회분에서 덕만은 신라의 공주로 등극한 뒤 가장먼저 천문관측대인 첨성대를 짓겠다고 나섰다. 덕만이 월천대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책력을 건축물로 지어 천문기상에 관련된 모든 것을 백성들에게 공개하기로 약조했던 것. 일식을 예언하며 신라의 새로운 천신황녀로 떠오른 덕만은 첫 번째 소임으로 신권을 내려놓겠다며“오늘부터 상천관을 폐하고, 모든 백성이 볼 수 있는 책력을 건축물로 지어 그 이름을 첨성대라 할 것이다"고 말해 모두를 경악케 했다.
이같은 덕만의 계획에 놀란 것은 미실도 마찬가지. 덕만과 독대한 미실은 “내게서 신권을 빼앗았으면 차라리 공주님이 가져라. 신권을 포기한 채 무엇으로 조정의 권위를 세우며 백성을 다스리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덕만은 “격물이란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세주께선 격물을 가지고 마치 세주께서 천기를 운행하는 듯한 환상을 만드셨다”고 말했지만 미실은 “백성들이 바로 환상을 원하고 있다”고 맞섰다. 백성들은 팍팍한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환상을 원한다는 것.
미실의 말에 덕만은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이내 “백성들이 원하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희망이다. 백성이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단 희망을 원할 뿐이지 환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이어 덕만은 “백성들이 절기를 알게 되면 스스로 파종할 때를 알게 되고, 비를 자신들의 농사에 어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런 희망은 현실의 피곤과 고통도 감수하게 한다”며 첨성대 설립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날 방송의 마지막 장면은 재차 희망을 강조하는 덕만에게 “허나 그 희망이란 것이 사실은 가장 잔인한 환상이다”고 꼬집는 미실의 모습으로 장식된 상황. 이처럼 백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희망이냐 환상이냐를 놓고 벌인 덕만과 미실의 첫 토론대결은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정치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낸 명장면이었다. 백성에게 과학을 널리 알려 이를 이용해 스스로 꿈을 꾸고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주고자 하는 덕만과 달리, 미실은 과학을 독점하여 백성을 혹세문민하고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하는 것.
백성과 함께 나라를 성장시켜가는 왕을 바라보는 덕만과, 그저 백성위에 군림하는 지배자를 꿈꾸는 미실의 성향을 대비시켰다.
이날 방송 후 시청자들은 ‘선덕여왕’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미실과 덕만의 토론, 정치와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는 명장면이었다” “백성을 무지의 대상으로 보는 지배자 미실과 백성을 민주시민으로 이끄는 지도자 덕만, 참된 정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자기욕심만 채우는 미실의 작은 그릇과 백성의 욕구를 채워주려는 덕만의 큰 그릇이 대비되는 것 같았다”는 의견들을 전했다.
박선지 sunsia@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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