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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소기업인증원 작성일 25-09-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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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발 사회안전망' 구축 …한국


사회 새실험

우선채용 가산점 부여, 방과후 과외 등 교


육제공도… '상승 사다리' 제공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 OECD 조사대상 34개국 중 행복지수 24위로 하위권. 좌절과 분노의 한국 사회 현주소다.


아직 피지도 못한 청춘들이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회를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절망에서 기인한다. 


특히 상급학교로의 진학 등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나, 이른바 '괜찮은 직장' 취직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문이 저소득층에게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은 사회 전반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될수 밖에 없다.

가난으로 인해 사회의 경쟁에서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고 기회가 상실되는 구조가 심화된다면 한국 사회는 성장의 동력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는게 경제 및 사회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비자와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로서는 이같은 상황이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국민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교육과 채용을 통한 '민간 사회안전망'구축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전국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균등한 교육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과 후 학습'이 등장했고,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교육을 기회를 받지 못한 저소득층 취업생들에게 대기업들이 입사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을 넘어서 기업발 '사회안전망 프로젝트'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안전망 프로젝트 시작됐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10대 그룹이 저소득 사회초년생에 대해 취업기회를 확대시키기로 한 것은 사회안전망 프로젝트의 첫 발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채용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삼성은 이달초 3급(대졸신입사원에 준하는 직급) 공채에서 약 4500명의 채용 인원 중 5% 내외인 250명 전후의 저소득층 취업준비생들을 채용하기로 했다.

SK그룹과 LG그룹은 저소득층에게는 필기전형 및 서류심사 등에 가산점을 부여기로 했고,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리아 등 2개 계열사에, 포스코 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부터 서류전형에서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키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선의의 기업활동'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갈등위기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양재진 진병원 대표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초고속 성장시기에는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상위계층으로 이동하는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로워졌으나, 한국 사회가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이같은 계층간 이동은 빈번히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고착화 상황에서 저소득층은 자신이 처한 현실의 원인이 다른 계층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식이 심화돼 계층간 갈등이 증폭된다"고 분석했다.


양 원장은 "우리 사회는 계층구조 고착화를 용인하기 힘든 분위기여서, 이런 상황을 완화할 시킬 수 있는 신분상승의 통로를 만들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가 사회 안정의 기초다


20세기 미국의 살인율과 자살률 통계를 분석해 폭력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뉴욕대 정신의학 교수 제임스 길리건은 "수치심이 고통스러울 때 이를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강력하게 휘두르는 폭력이 살인이며, 그 방향이 자신에게 향하는게 자살"이라고 분석했다. 실업은 수치심을 증폭시키며, 실직처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호되게 안겨주는 경험을 드물다며 실업률 해소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통계가 있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발전 60년간 소득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자살률과 살인율 등 각종 사회지표도 크게 높아졌다.


소득불균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90년대 중반이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살률 또한 일본을 추월해 OECD국가 중에 제일 높은 상황이다. 강력범죄인 살인 건수도 1985년 600건에서 2009년 1390건으로 2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과거처럼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좌절과 분노 갈등의 불씨가 커진 결과다.


기업들이 그동안 제한적으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을 실행해왔지만 직접적으로 교육과 채용 시스템 혁신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


모 그룹의 경영자는 "기업의 인사시스템의 근간인 '성적 우선주의'의 원칙을 흔들면서까지 사회적 통합을 고민해서 나온 시도"라며 "기업이 진정성을 갖고 시도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 노력에 사회 전체의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니 투데이 2012.9.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