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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에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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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소기업인증원 작성일 25-09-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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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별망군(別望軍)이 ‘부지기수 적선이 명량으로 몰려온다’고 보고한다.

즉시 여러 배에 전령해 닻을 걷고 바다로 나가니 적선 130여척이 우리를 에워싼다.

장수들은 중과부적임을 알고 도망할 궁리만 한다.

우수사 김억추는 벌써 아득한 곳으로 물러가 있다.

나는 노를 재촉해 돌진하여 지자(地字), 현자(玄字) 등 각종 총포들을 바람과 우레같이 마구 쏘아댄다.


군관들도 배 위 가득 서서 빗발같이 어지러이 쏴대니, 적도는 당하지 못하고 나왔다 물러갔다


한다.

그러나 적에게 몇 겹으로 둘러싸여 형세가 어찌 될 지 알 수 없다. 온 배에 있는 장병들이 서로 돌아보며 얼굴빛을 잃는다.

나는 조용히 타이른다.

적이 1000척이라도 우리 배를 당히지 못할 것이다.

동심하지 말고 진격해 적을 쏘라 하고, 장수들의 배들을 돌아보니 먼 바다로 물러나 관망하고 진격하지 않는다.

내 배를 돌려 바로 중군장 김응함의 배로 가서 먼저 그 목을 베어 효시하고 싶었으나,

내 배가 머리를 돌리면 여러 배들이 차차로 멀리 물러날 것이요, 따라서 적선이 점점 육박해 오면 일은 아주 낭패라.

호각을 불어 중군령하기(中軍令下旗)를 세우고 초요기(招搖旗)를 세우니, 중군장 미조항 첨사 김응함의 배가 차츰 내 배에


가까이 오고, 거제현령 안위의 배가 먼저 온다.

내가 안위를 불러 ‘안위야, 군법에 죽고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 가서 살 것이냐?’

하니, 안위가 황급히


적선 속으로 돌입한다.

다시 김응함을 불러 ‘너는 중군장으로서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원하지 않으니 그 죄를 어찌 면하랴?

당장 처형할 것이로되 전세가 급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한다’ 하니,

두 배가 곧장 쳐들어가 접전하는데 적장이 그 휘하선 세 척을 지휘해 한꺼번에 개미붙듯 안위의 배로 매달려 서로 먼저 올라가려 다툰다.

안위와 그 배에 탄 사람들이 죽기로 맹세하고 싸운다.

몽둥이로 치고, 긴 창으로 찌르고, 돌덩이로 마구 후려치며 방어한다.

그러다가 힘이 거의 다하게 된다. 

내 배를 돌려 곧장 쳐들어가 빗발치듯 쏴대자 적선 세 척이 남김


없이 전멸되는데, 녹도 만호 송여종과 평산포 대장 정응두의 배가 계속해 이르러 합력해 적을 쏜다.

항복한 왜인 준사는 골포 적진에서 투항해 온 자인데, 내 배위에서 굽어보며 ‘저 무늬 있는 비단옷을 입은 놈이 안골포 적진의 적장 마다시(구루시마 미치후사)라 한다.

김돌손으로 하여금 갈고리를 던져 뱃머리로 끌어올리게 하니, 준사가 날뛰며 마다시라고 한다.

곧 명령해 토막토막 자르게 하니 적의 기운이 크게 꺾여 버린다. 이때 우리 배들이 일제히 북을 울리며 가지런히 나아가면서 지자, 현자를 쏘고 활을 빗발같이 쏘니 그 소리가 산악을 진동시킨다.

 


31척이 부서지자 적선들이 퇴각하고 다시는 접근하지 못하니 이는 실로 천행이다.”



(‘난중일기’ 1597년 9월16일)


이순신의 인간됨과 리더쉽은 제대로, 깊고, 넓게 연구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우리 삶과 기업 경영의 바다에서도 이러한 천행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