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면 많은 것을 배우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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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소기업인증원 작성일 25-09-17 16:10본문
류현진 MLB일기<7>, "베이징때보다 수십배 더한 가슴 떨림"


개막전 선발로 나가 9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봉승을 따낸 클레이튼 커쇼. 커쇼는 이날 데뷔 6시즌 만에 첫 솔로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사진=순스포츠 박동아) |
개막전 때 우리 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정말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기 때문에 저도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데뷔전이다 보니 다저스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고, (박)찬호 형 이후로 오랜만에 한국인 선수가 다저스에 합류한 터라 LA 한인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1회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무조건 잘 던지자, 나도 점수를 주지 말자’라고 굳게 결심했는데 첫 타자부터 안타를 치고 출루하니까 잠시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제 경기는 한 마디로 류현진 답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주루플레이에 대한 비난 또한 진심으로 반성했고, 마음은 쓰리고 아팠지만 아주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다음부터는 내야 땅볼로 아웃된다고 해도 전력 질주하거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이겠습니다. 물론 부상은 조심해야 되겠죠.
7회 주자를 남겨 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 좀 더 던지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감독의 결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한다.(사진=연합뉴스) |
7회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순간 좀 더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투구 수가 많지 않았고, 상대 투수가 타석에 서기 때문에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있었으니까요. 아주 잠깐의 욕심이 생겼는데 곧 수긍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교체 타이밍은 감독님의 고유 권한이니까요. 제가 더 던진다고 해서 잘 하리란 보장은 없잖아요^^.
어제 경기를 통해 얻은 소득이라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훨씬 더 공격적이란 사실입니다. 처음에 카운트를 잡으려고 던진 공들이 많이 맞았거든요. 앞으로는 그런 공을 더 신경 써서 던져야 할 것 같아요.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으면서 무려 10개의 안타가 터졌어요. 공을 낮게 낮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긴장감 때문에 제구가 잘 되지 않은 것 같아요.
값진 경험이었고, 잊지 못할 데뷔전이었습니다. 패전 투수가 된 데 대한 아쉬움보다는 배운 게 훨씬 많아서 소득이 큰 경기였다고 봐요. TV를 통해 지켜보신 한국 팬들의 아쉬운 탄식이 여기까지 들리네요.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좀 더 지켜봐 주세요. ‘역시 메이저리그구나’가 아닌 ‘역시 류현진’이란 칭찬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댓글도 좀 ‘예쁘게’ 달아주시고요^^.
그리고 (봉)중근이 형이 자신도 메이저리그 데뷔전 때 다리가 후둘 거리고 포수가 잘 안보일 정도로 떨렸다고 인터뷰하셨던데, 저한테 자신감 심어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신 거 잘 알아요. 형! 그래도 고맙습니다^^. 형의 따뜻한 조언들, 잊지 않겠습니다!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류현진의 주루 플레이에 대한 비난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앞으로는 좀 더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한 그는 한국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연 많은 데뷔전을 치른 만큼 다음 경기에선 좀 더 여유있게 마운드를 운영해 나가는 류현진을 기대해본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