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의 시간을 사는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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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소기업인증원 작성일 25-09-17 16:06본문
헬라어로 시간을 뜻하는 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다. 크로노스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적용되는 주관적 시간이다. 비록 찰나일지라도 구체적 사건 속에 놀라운 변화를 체험했던 시간을 그리스인들은 카이로스라 부른다.
새해가 시작됐다. 올 한 해가 벽에 걸린 2011년 달력을 2012년 것으로 바꿔 다는 데서 그치지 않으려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카이로스의 때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간을 바라보는 개인의 자세다.
시간을 크로노스로만 받아들이면 시간의 노예로 수동적 삶을 살기 쉽다. 반면 시간을 카이로스로 바라보면 시간의 주인으로서 능동적 삶을 영위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2000년대 모 기업 이미지 광고 구호처럼, 카이로스적 시간관을 가진 이들은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힘쓴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일터에서 능동적으로 시간에 대처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선 개인 차원의 사고 전환 노력과 함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이 카이로스의 때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도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바로 인생을 걸 만한 목표와 사명감,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아직도 국내 대기업 총수들 중에는 신년사를 통해 ‘매출액 OO억 원 달성’ ‘영업이익률 OO% 개선’ 등 재무적 성과를 새해 목표로 제시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무미건조한 목표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줄 리 없다. 창의와 자율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21세기 지식경제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펴낸 쌤앤파커스의 신입 직원들은 반드시 ‘사명 선언식’에 참석해야 한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 누구나 자신이 출판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인생의 사명을 선언문 형태로 작성해 전 직원 앞에서 낭독해야 한다. “나의 사명은 빈부의 격차가 앎의 격차, 나아가 삶의 격차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윤택한 정신세계를 가꾸도록 돕겠다” 등 신입 직원들의 사명 선언문은 이후 사무실 한쪽 벽면에 선배들의 사명 선언문과 함께 나란히 걸린다.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는 “처음엔 ‘이게 뭐지’ 하며 의아해하던 직원들도 이젠 사명 선언식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던 일 중 하나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삶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갖게 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격과 변화는 실로 놀랍다”고 전했다. 쌤앤파커스가 2006년 출범 이후 해마다 베스트셀러를 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이처럼 사명 선언식을 통해 전 직원들이 확고한 비전을 수립하고 공유하기 때문은 아닐까.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조직원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조직과 개인의 비전을 일치시키는 데 기여하는 지도자, 카이로스의 때를 만들어가는 리더들이 올 한 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