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마당

 
작성일 : 21-08-23 22:22
극단적인 선택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78  
“이 땅을 나 혼자만을 위해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포나루 근처인 이곳은 최소 2500년 전, 백제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썼던 땅이다.

이 땅의 긴 역사로 볼 때 나는 길어야 50년, 아주 잠깐의 관리인일 뿐이다.
내가 ‘당번’일 때 뭐라도 좀 좋아지게 하는 것이 이 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은퇴 후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을 앞당기기로 했다.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사람들에게 책을 쥐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도서관보다 덜 딱딱해 보이는 북카페 스타일 서점으로 컨셉트를 잡았다.
책 읽는 자리에 “뷰(view)로 유인해보겠다”는 전략이었다.

누가 봐도 수익이 날 일은 아니었다.
사재를 털어 시작했다.
시설비·운영비에 포기한 임대수익까지 생각하면 총투자금은 계산도 안 된다.

그는 책이 스승이 되고 친구가 돼줄 수 있다고 믿는다.

주변 가까운 친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을 연이어 겪으며 이끌어낸 깨달음이다.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친구들이었다.
너무 좋은 인품, 그 좋은 머리와 지혜….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건가.
그걸 가르쳐줄 인생의 스승을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 헤맸다.”


그는 책에서 그 답을 찾았다.
어느 특정 책에 답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 위태로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는 “독서는 라이프세이빙 스킬”이라면서 수영에 비유했다.

책 읽기의 어떤 효용을 말하는 건가.

“인생의 위기 순간, 사람들은 친구와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돈과 인맥과 정보에 의지한다.

그런 방법들이 해결책이 돼주지 못할 때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버린다.
 
그때 자신이 ‘독서가능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어느 친구가 매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눠줄 것이며, 세상 모든 분야의 지식을 알고 있는 전문가가 어디 있겠는가.
책은 이 모든 게 가능하다. 문제는 책을 못 읽는 ‘독서불능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 번의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치 두발자전거 타기처럼 “아, 나 할 수 있네”를 깨닫는 순간을 몸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체험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1시간 40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마음에 엄청난 안정감이 생겼다.
내가 말을 걸면 밤새도록 이야기해줄 지원군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안정감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책을 통해 두 다리의 힘이 단단해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튼튼해지지 않겠나.”

[출처] 중앙일보 오피니언 20210819